1960년(庚子年) 1월 15일
동안거 해제법어-동화사 금당선원
법상에 올라 말씀하셨다.
대중에게 묻겠다. 여기 모인 대중 가운데 숫사자가 낳은 새끼를 보았느냐?
본 사람이 있거든 나와서 일러라.
대중이 말이 없자 이르시기를,
사자(獅子)를 바랐더니 모두가 들여우[野狐]로구나. 진흙에 금옥(金玉)이 언제 빛을 발할까. 위로 불조(佛祖)의 비밀한 말씀과 뜻이 그대들 안에 있으니 게으르지 말고 성성착안(惺惺着眼)하라.
결제(結制)할 때는 대중을 형제와 같이 보았더니, 해제(解制)할 때는 대중을 원수처럼 보노라. 형제 시절이 옳은가, 원수 시절이 옳은가? 이 언구(言句)는 대중이 각자 결택(決擇)해서 후인들로 하여금 의혹을 내게 하지 말라.
이제부터 해제(解制)라고 해서 걸망지고 가는 자는 동구(洞口) 밖에서 지키고 있다가 몽둥이로 패줄테다. 해제(解制)는 못하고 걸망은 지고 가서 무엇하겠느냐. 우리가 여기 모인 것은 명리(名利)를 구해서도 아니고, 의식(衣食)을 구해서도 아니며, 안일(安逸)을 구해서도 아니다. 오로지 생사(生死)를 해탈하여 불조(佛祖)의 혜명(慧命)을 잇고 끝없는 중생(衆生)을 제도하기 위해서다.
오늘 해제(解制) 못했다고 낙심할 것은 없다. 해제(解制)․결제(結制)를 지난 겨울처럼 정진하면 삼 년 안에 득력(得力)할 수 있을 것이다.
게송을 읊으시되,
사자굴 속에는 다른 짐승이 없고
코끼리 가는 곳에 여우 발길 끊어졌네
눈 녹은 진흙 위에 발자취 사라지니
볕을 따라 북으로 가는 기러기 소리.
獅子窟中無異獸하고 象王行處絶狐踪을
雪消泥上滅종迹하니 隨陽歸北雁옹옹이로다
주장자를 세 번 울리고 자리에서 내려오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