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9. 16.

조사(弔辭)-효봉스님

조사(弔辭)


종정(宗正) 석우대선사(石友大禪師) 입적시


백설(白雪)이 어지러이 흩날려도 산천(山川)은 겨울이 아닙니다. 이제 종정(宗正) 석우대선사(石友大禪師)께서 열반상(涅槃相)을 시현(示現)하시니 이 백설(白雪)의 의지(意志)입니까, 산천(山川)의 웅자(雄姿)입니까.

오실 때도 상(相)이 없이 오셨고 가실 때 또한 그러시니 이날 종정(宗正)의 면목(面目)은 어디서 찾으오리까. 산은 첩첩하고 물은 잔잔합니다.

시절인연(時節因緣)은 바야흐로 교황(敎況)이 왕양(汪洋)하여 정화성업(淨化聖業)이 본궤(本軌)에 오른 차제(此際)에 돌연히 무상대법문(無常大法門)을 보이시니 영광(靈光)이 독요(獨耀)하여 하늘을 가리고 땅을 덮습니다.

천지(天地)를 거두어 세상 밖에 내던지고 일월(日月)을 움켜잡아 소매 속에 간직하니 이 무슨 도리이며, 종소리 떨어지는 곳에 뜬 구름 흩어지고 만송이 푸른 산이 바로 석양이니 이 무슨 말씀이십니까. 선사(禪師)는 뜬구름이 아니시며 때는 석양(夕陽)이 아닙니다.



불기(佛紀) 2985년(1958년) 2월 23일

대한불교 조계종 총무원장(大韓佛敎 曹溪宗 總務院長)

효봉(曉峰) 분향(焚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