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답(問答)
효봉(曉峰)선사가 금강산에서 행각하다가 만공화상(滿空和尙)을 뵙고 곧 물었다.
"천하에 살인하기를 좋아하는 사람이 있는데, 그는 누굽니까?"
화상(和尙)이 대답하기를 "오늘 처음으로 보겠구나"하였다.
"화상의 머리를 가지고 싶습니다."
화상이 머리를 숙여 그 앞에 내대니 스님은 곧 절하고 물러났다.
이번에는 화상이 물었다.
"옛날 세존께서 대중을 거느리고 길을 가시다가 어느 지점을 가리키면서 절터가 아주 좋다 하시니 제석천왕이 풀 한 포기를 거기 꽂아 놓고, '절을 다 세웠습니다.' 할 때, 세존께서 미소하시고 답하지 않으셨으니 그 뜻이 무엇인고?"
스님이 말하였다.
"일찍 듣자하니 화상께서는 절 짓기를 매우 좋아하신다더니 과연 그렇습니다."
화상은 미소하고 답하지 않으셨다.
1933년(癸酉年) 겨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