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우(石友) 종정(宗正) 소기(小忌) 법문
1958년(戊戌年) 12월 26일
법상에 올라 묵묵히 있다가 말씀하셨다.
오늘 이 영가(靈駕) 종정(宗正) 노 화상의 법명(法名)은 보자(普字) 화자(化字)이시다. 옛날 당나라의 보화존자(普化尊者)는 임제(臨濟)화상이 보낸 통바지를 입고 허공으로 올라가 버렸다 하거니와, 오늘 보화(普化) 종정 화상은 통바지를 입고 어디로 향해 갔는고?
한 스님이 대중 가운데서 나와 '그렇게 왔다가 그렇게 갔습니다'하고, 다른 대중은 모두 말이 없었다. 스님은 말씀하시기를,
만일 가신 곳을 말한다면 앞에 보인 온 누리 깨끗하여 눈을 담은 듯한데 푸른 대와 솔은 언제나 봄이로세. 대중 스님은 종정 스님을 보았는가?
그건 그렇고, 한 가지 유감스러웠던 일은 천 년 묵은 복숭아씨로 담은 매화차 한 병이 내게 있어, 오늘 노화상께 대접하여 유감을 풀 것이다.
손으로 차 따르는 시늉을 하면서 읊으시기를,
그윽한 향기 온 누리에 풍기니
어찌 삼신산(三神山) 벗을 부러워하리
차 한 잔에 온갖 번뇌 다 사라지니
우뚝 산호병(珊瑚甁)이 보이는 것을.
쾌활 쾌활 하구나!
幽香변法界하니 羨三神朋이리오
灑落四相壁하니 獨露珊瑚甁이라
快闊快闊이로다
대중은 알겠는가? 참구해 보라.
주장자를 세 번 울리고 자리에서 내려오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