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9. 15.

상당법어-동화사 금당선원-효봉스님-1959년(己亥年) 11월 30일

1959년(己亥年) 11월 30일
상당법어-동화사 금당선원
법상에 올라 말씀하셨다.
도기불합인(道豈不合人)이리오 인무심합도(人無心合道)니라. 욕식인여도(欲識人與道)인댄 일로일불로(一老一不老)니라.

도(道)가 어찌 사람에게 계합하지 않으랴. 사람이 무심하면 도(道)에 계합하는 것을, 사람과 도(道)를 알려면 하나는 늙고 하나는 늙지 않았다.

대중은 일러라. 사람이 늙었느냐, 도(道)가 늙었느냐?
한참만에 한 수좌가 나와 말하기를,
노(老) 불로(不老)는 차치하고 어떤 것이 도(道)입니까?
이 때 스님이 주장자를 번쩍 들고,
알겠느냐?
수좌가 머뭇거리자 스님은 이르시기를,
칠성판(七星板)을 짊어졌구나!

천하의 납자(衲子)들이 살과 뼈를 깍으면서 조사관(祖師觀)을 뚫으려고 한다. 법다이 수행하면 본참공안(本參公案)이 자나깨나 한결 같으리라. 오매일여(寤寐一如)하면 신심(身心)이 일여(一如)하고, 신심이 일여(一如)하면 생사(生死)에도 일여(一如)하다. 설사 좌탈입망(坐脫立亡)할지라도 입태(入胎)와 출태(出胎)에도 자유자재(自由自在)해야 하기 때문에 성성착(惺惺着) 성성착(惺惺着)하라.

납자(衲子) 분상(分上)에 가장 긴급한 일이 있다.

첫째, 어떤 것이 견성(見性)이며 어떻게 견성(見性)할 것인가.

둘째, 안광낙지시(眼光落地時)에 어떻게 해탈할 것인가.

셋째, 해탈(解脫)하면 어느 곳을 향해 갈 것인가.

활구지인(活句之人)은 눈빛이 어둔 밤에 등불과 같고, 사구지인(死句之人)은 눈빛이 썩은 고기 눈과 같느니라.

자기 살림은 자기가 저울질해 보면 잘 알 수 있다. 이제 섣달 그믐날도 한 달밖에 남지 않았다. 내가 선실(禪室)에 다닌 지 수십 년이 되지만 금년(今年)처럼 생사대해(生死大海)를 건너려고 애쓰는 것은 일찍이 보지 못했다. 우리나라 불교의 종풍(宗風)이 여기 팔공산(八公山) 선실(禪室)에 달렸다고 보아도 과한 말이 아니니라. 이제 용맹정진이 시작될 터인데 내 나이 팔십이 가까워 따라갈 것 같지 않지만 준비는 하고 있다.

공부는 마음에 두 생각이 없어야 한다. 두 생각을 가지고서는 견성(見性)할 수 없다. 납월[十二月] 팔일은 부처님 성도일(成道日)인데, 석가모니불이 납월 팔일 새벽에 본 그 별을 우린들 어째서 못 보겠느냐. 별을 보려면 우선 두 생각을 버려야 한다. 정월 보름도 머지 않았으니 앞으로 나아가고 물러가지 말라. 섣달 그믐에 다시 만나자.

주장자를 한 번 울리고 자리에서 내려오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