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9. 15.

상당법어-동화사 금당선원-효봉스님-1959년(己亥年) 6월 15일

1959년(己亥年) 6월 15일



상당법어-동화사 금당선원






법상에 올라 말씀하셨다.


우리 형제가 사월 보름 결제할 때 삼보전(三寶前)에 맹세하고 석 달 동안에 구천 리(九千里)나 되는 고향(故鄕)에 가기로 했다. 어느덧 두 달이 지났으니 육천 리(六千里)에 도달했으리라. 과연 육천 리에 도달했는가? 그렇지 못한 사람은 분심(憤心)을 내어 앞으로 남은 한 달 동안에 구천 리에 도달해야 한다.


길 가는데 더디고 빠른 법이 있는데 그 빨리 가는 법을 일러주겠다.


고인(古人)이 말씀하시기를, 활구하(活句下)에 천득(薦得)하면 영겁(永劫)토록 불망(不忘)이지만 사구하(死句下)에 천득(薦得)하면 자기 자신도 구제하지 못한다 했으니, 어찌 활구(活句)를 참구(參究)하지 않겠는가. 활구(活句)란 마치 물과 불이 서로 통하는 것과 같아서 수마(睡魔)와 망상(妄想)이 침범할 수 없다.


사구(死句)란 혼침(昏沈)과 산란(散亂)에 빠져 귀신의 굴 속에서 헤매는 것이니, 설사 미륵불(彌勒佛)이 하생(下生)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또한 활구(活句)란 그 뜻을 참구함이요, 사구(死句)란 그 말에 팔림이다. 그러니 빨리 가는 법은 활구(活句)를 참구함이다.


우리 종문(宗門)에서는 성적등지(惺寂等持)하여 정혜쌍수(定慧雙修)니 만약 이러지 못하면 어떻게 불조(佛祖)의 혜명(慧命)을 이을 것인가.






게송을 읊으시되,






한 조각 흰 구름이 골짝을 막으니


얼마나 많은 새가 돌아갈 길 잃었는가


구름 흩어져 만리에 청산이 드러나니


흰 돌 높은 봉우리 그게 바로 내 고향.


一片白雲橫谷口하니 幾多歸鳥盡迷巢오


雲散萬里靑山露하니 白石高峰是本鄕이로다






할[喝]을 한 번 하시고 자리에서 내려오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