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9년(己亥年) 4월 15일
하안거 결제법어-동화사 금당선원
법상에 올라 말씀하셨다.
오늘은 결제일(結制日)이다. 동화사(桐華寺)뿐만 아니라 천하 총림(天下叢林)이 오늘 모두 그러하니, 발심(發心)해서 하는 결제냐, 그저 의례적으로 하는 결제냐. 발심자(發心者)라도 삼십방[三十棒]을 내릴텐데 하물며 의례적으로 하는 자(者)이겠느냐. 그는 바로 밥도독[도철]이니라.
고인(古人)이 말씀하시기를, 이와 같은 하근(下根)의 무리는 설혹 죽여버릴지라도 죄과(罪果)가 없다고 했으니 대중(大衆)은 성성착(惺惺着)하라. 천지(天地)의 만물 가운데서 사람이 가장 귀한 존재라는데 어찌 물결을 따라 흐르다가 죽어갈 것인가. 이 여름 동안에 간절히 참구(參究)하여 일대사 인연(一大事因緣)을 마쳐야 할 것이다.
맺고 풀 게 없음이 참으로 내 일인데
부처와 조사가 내게 무슨 상관이랴
홀로 높은 다락에 올라 봄잠이 넉넉하니
부질없이 앉아서 자고새 울음 듣노라.
無解無結眞吾事는 黃頭壁眼猶他奴라
獨上高樓春睡足하니 等閑坐聽啼자고니라
주장자를 세 번 울리고 자리에서 내려오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