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8년(戊戌年) 11월 15일
상당법어-동화사 금당선원
법상에 올라 말씀하셨다.
오늘이 동짓달 보름인데 결제(結制)한 지 벌써 한 달이 지났다. 오늘이 십오일이자 천상(天上)에는 만월(滿月)이요 인간에는 반월(半月)이니, 천상 만월(天上滿月)이 옳으냐 인간 반월(人間半月)이 옳으냐? 오늘 법문(法門)은 이것인데 생각이 있거든 답하라.
내가 법문 할 때마다 한 마디 던지는 것은 대중 가운데 일척안(一隻眼:뛰어난 안목)을 갖춘 이가 있는가 해서다. 확실한 증처(證處)대로 답하고 장난 삼아 함부로 답하지 말라.
오늘 팔공산(八公山) 선불장(選佛場)에는 불알 있는 여자와 불알 없는 남자가 함께 모였으니, 어떤 여자가 불알 있는 여자냐? 차라리 불알 있는 여자가 될지언정 불알 없는 남자는 되지 말라.
섣달 그믐날이 해마다 있는데, 그것이 우리 문중(門中)에는 셋이 있다. 첫째는 해마다 맞이하는 섣달 그믐날이요, 둘째는 죽는 날이며, 셋째는 견성(見性)하는 날이다. 첫째와 둘째는 원치도 말고, 셋째 섣달 그믐을 만나도록 힘쓰라. 정월(正月) 초하루는 범부(凡夫)를 벗어나는 날이니 모든 행동을 만삭이 된 부인의 몸 가지듯 하라.
예로부터 공부하다가 죽은 사람은 없다. 특히 내 문하(門下)에서는 정혜쌍수(定慧雙修)를 주장한다. 정(定)이란 모든 망상이 떨어진 것을 말한다.
정(定)이 없이 얻는 혜(慧)는 건혜(乾慧)다. 옛날 달마(達摩)스님이 이조(二祖) 혜가(慧可)에게 처음으로 가르치기를, '밖으로 모든 반연(攀緣)을 끊고 안으로 헐떡거림이 없어, 마음이 장벽과 같아야 도(道)에 들어갈 수 있다' 하였으니, 이것이 입도요문(入道要門)이다. 이렇게 해야 진정한 섣달 그름 날을 맞이할 수 있다.
참선(參禪)할 때 눈을 감아서는 안 된다. 눈 감고 앉아 있는 것은 귀신(鬼神) 굴 속에 앉아 귀신 꿈을 꾸는 것이다. 일어날 때는 갑자기 일어나지 말고 몸을 서서히 흔들어 조신(調身)한 후에 일어나고, 얼마동안 경행(經行)할지라도 정력(定力)을 잊지 말 것이며, 다시 앉을 때에는 고요히 앉으면 정력(定力)이 여전하여 동정(動靜)이 한결같을 것이다. 오늘 섣달 그믐날을 기약하고 밤이나 낮이나 애를 써서 정진(精進)하라.
고인(古人)이 말씀하시기를, '이 몸을 금생(今生)에 건지지 못하면 다시 어느 생(生)을 기다려 건질 것인가' 하시니라.
주장자로 한 번 치고 법상을 내려오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