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9. 14.

상당법어-동화사 금당선원-효봉스님-1958년(戊戌年) 11월 1일

1958년(戊戌年) 11월 1일
상당법어-동화사 금당선원
 
 
법상에 올라 말씀하셨다.
 
옛날 고봉 문하(高峰門下)에 상벌(賞罰)이 분명했다는 말이 있는데 금일 효봉 문하(曉峰門下)에서 거듭 상벌을 밝히고자 한다. 내가 일찍이 선조(先祖)때부터 전해오던 보주(寶珠)를 몸에 지녔었더니 며칠 전에 그것을 잃어버려다. 선원(禪院) 대중(大衆) 이외에는 출입한 사람이 없으니 이것은 필시 선원(禪院) 대중 가운데서 어떤 사람이 훔쳤을 것인 즉 곧 내게로 가져 오너라. 우리 비구(比丘)가 수계시(受戒時)에 제2(第二) 불투도계(不偸盜戒)를 받지 않았는가. 또 비구니(比丘尼) 대중에 대해서 한 마디 하겠는데, 요즘 들으니 비구니 중에 잉태한 사람이 있다고 한다. 이는 제3(第三) 불음계(不淫戒)를 범하였으니 만일 있거든 나와서 참회하라.
 
비구와 비구니 측에서는 아무런 답이 없었다.
 
내가 오늘 가 없는 큰 바다[無邊大海]에서 용(龍)을 낚으려고 낚시를 던졌더니 용은커녕 멸치 새끼 한 마리도 걸리지 않는구나. 그러나 비구측에서 보물을 훔쳤다는 사람이 나오고 비구니 측에서 잉태한 사람이 나온다면 오늘 이 효봉(曉峰)도 몸둘 곳이 없고 입 벌릴 데가 없으리라. 오늘 상벌법문(賞罰法門)은 이로써 이미 마쳤다.
산승[曉峰]이 요즘 뒷간에서 오는 사람은 종종 보았으나 뒷간에 가는 사람은 좀처럼 보기 드물다. 왜냐하면 공부에 바쁜 생각을 가진 사람이 적기 때문이다. 망상(妄想) 피우지 말라. 망상이 원래 생사(生死)의 근본이니라. 화두(話頭)를 성성(惺惺)하게 챙기라. 성성(惺惺)한 것이 원래 열반의 길이니라.
다시 한 마디 묻겠다. 이 대중 가운데 몸에 사마귀 없는 사람이 있느냐?
이 사마귀는 육안(肉眼)으로 보지 못하니, 사마귀를 잘 볼 줄 알면 사마귀를 곧 떼내어 버릴 줄도 알아야 한다. 사마귀를 보도록 노력하라.
 
피눈물 흘려도 소용없으니
입 다물고 남은 봄을 보낼거나.
啼得血淚無用處니
不如緘口過殘春이로다.
 
주장자를 세 번 울리고 법상에서 내려오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