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9. 12.

상당법어-해인사 가야총림-효봉스님-1950년(경인년) 4월 8일

1950년(경인년) 4월 8일
상당법어-해인사 가야총림
 
 
법상에 올라 말씀하셨다.
 
오늘 우리 부처님 세존께서 지금으로부터 이천구백칠십칠 년 전 갑인년(甲寅年) 사월 팔일(四月八日) 정반왕궁(淨飯王宮)에 태어나시어 일곱 걸음을 두루 걷고는 오른손으로 하늘을 가리키고 왼손으로 땅을 가리키면서 '천상천하 유아독존(天上天下 唯我獨尊)'이라고 하셨다.
그 뒤 운문선사(雲門禪師)는 이 말에 대해 '만일 내가 그때 있었더라면 한 방망이로 때려 잡아 개에게 먹여 천하를 태평케 하였으리라' 했으니 고인(古人)의 이 말은 참으로 키특하다 할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은 도적이 지나간 뒤에 활 시위를 당긴 것이다. 왜냐하면 '천상천하 유아독존'이라는 그 표현의 소식은 이미 삼천대천 세계에 두루했거늘 한 방망이로 때려 죽인들 무슨 이익이 있겠는가.
 
주장자로 선상을 한 번 울리고 나서 말씀하시기를,
 
만일 내가 그때 있었더라면, 그가 어머니 태에서 나와 입도 열기 전에 그 콧구멍을 막아 숨도 못 쉬게 하고 죽여 천상천하(天上天下)를 모두 태평케 하였으리라. 그렇게 하였더라면 부처라는 이름도 글자도 없고, 중생이라는 이름도 글자도 없었을 것이다. 중생과 부처가 없는데 무슨 선악(善惡)이 있겠으며, 선악이 없는데 무슨 인과(因果)가 있겠으며, 인과가 없는데 무슨 고락(苦樂)이 있겠는가?
 
그러나 갑인년 사월 팔일에 탄생하시고 이십구 세에 출가(出家)하여 설산(雪山)에서 육 년 동안 고행[六年苦行]하시다가, 임오년(壬午年) 십이월 팔일 밤에 샛별을 보고 도를 깨치시고 사십오 년 동안 설법(說法)하시다가 임신년(壬申年) 이월 십오일에 큰 열반[大涅槃]에 드셨으니, 그 동안 사과(四果)를 얻은 이가 한량 없었고 대승(大乘)을 증득한 이가 적지 않았다.
그것은 능히 죽이고 살리는 법문(法門)이다. 그러나 부처를 죽이는 자도 나요, 부처를 살리는 자도 나다. 그러면 나를 죽이는 이는 누구이며 나를 살리는 이는 누군고?
이 법문을 들으면 비록 믿지는 않더라도 그 들은 그 공덕으로 염불(念佛)하는 이는 극락에 왕생하고, 십선(十善)을 닦는 이는 천상에 나며, 참선(參禪)하는 히는 빨리 정각(正覺)을 이룰 것이다.
 
게송을 읊으시되,
 
세존께서 설산(雪山)에 들어가시어
한 번 앉아 어느새 육 년(六年)이 지났는가
샛별 보고 도를 깨쳤다 하셨으니
나타낸 그 소식은 삼천세계에 두루했네.
 
법상에서 내려오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