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0년(庚寅年) 2월 15일
열반재(涅槃齋) 법어-해인사 가야총림
법상에 올라 말씀하셨다.
우리 부처님 세존께서 지금부터 이천팔백구십구 년 전 임신년(壬申年) 이월 십오일, 열반회상(涅槃會上)에서 손으로 가슴을 어루만지면서 대중에게 고하시기를 '그대들은 내 자마금색(紫磨金色)의 몸을 잘 보고 우러러봄으로써 만족하여 다시는 후회하지 말라. 만일 나를 멸도(滅度)했다 하더라도 그는 내 제자가 아니며, 나를 멸도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그는 내 제자가 아니다'라고 하셨다.
그러면 지금 대중에게 묻노니, 어떻게 해야 부처님의 제자[佛弟子]가 되겠는가? 이 말끝에 머리를 돌리지 못하면 그는 부처님의 적자(嫡子)는 고사하고 서자(庶子)도 되지 못할 것이다.
그러나 그때 그 열반회상에 참으로 영리한 사내가 있어 대중 가운데서 나와 '세존이시여, 세존께서 멸도에 드신다 해도 세존께서는 제 본사[我本師]가 아니며 멸도에 드시지 않았다 해도 제 본사가 아닙니다'라고 하였더라면, 그 석가 노인으로 하여금 몸 둘 곳이 없게 하였을 것이다. 대중은 각기 점검(點檢)해 보라.
게송을 읊으시되,
오늘에 이 가슴이 더욱 더 아프나니
선림(禪林)과 교망(敎望)이 거의 무너지려 하네.
어찌 알았으리 부처님 떠난지 삼천 년(三千年) 뒤에
슬프다 우리 아이들 이어받지 못하는구나.
주장자로 선상(禪床)을 한 번 크게 울리고 자리에서 내려오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