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0년(庚寅年) 1월 7일
기신론산림(起信論山林) 회향법어-해인사 가야총림
법상에 올라 말씀하셨다.
지금 여러 대중은 한 마음 한 정성[同心同誠]으로 대승기신론(大乘起信論) 산림을 다 마쳤다. 그러면 거기서 마명대사(馬鳴大士)를 친견하였는가? 마명대사를 참으로 친견하려면 모름지기 문자(文字) 밖을 향해 눈을 돌려야 한다.
또 말씀하시기를,
문자(文字)가 있는 대승기신론의 논주(論主)는 마명대사이지만 문자 없는 대승기신론의 논주는 누구인고? 다시 묻노니 이 대승기신론이 말세 중생의 신근(信根)을 키웠는가, 혹은 말세 중생의 신근을 끊었는가?
만일 그것이 말세 중생의 신근을 끊었다면 마명대사는 나를 위해 밝은 스승이 되었다고 할 수 있겠으나, 그것이 말세 중생의 신근을 키웠다면 마명대사는 내 원수가 될 것이다.
이 말을 환히 알아 의심이 없다면 이번 산림(山林)을 원만히 회향[圓滿廻向]한 것이다. 그러나 그렇지 못하다면 닷새 동안 헛되이 신시(信施)만 받음이 될 것이니라.
게송을 읊으시되,
대승기신론(大乘起信論)을 펼쳐 볼 때에
마명대사 참 면목[眞面目]이 거기에 있네
친히 보고 또 묘한 법음(法音) 듣나니
그 얼굴은 팔과 같고 입은 눈썹과 같네.
이 회향 법문에는 세 가지 단계[三段]가 있으니, 대중은 각기 잘 명심하고 명심하라.
주장자로 법상을 한 번 울리고 자리에서 내려오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