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9년(己丑年) 12월 8일
성도절(成道節)법어-해인사 가야총림
법상에 올라 말씀하셨다.
내 일찍 듣건데 우리 부처님 세존께서는 임오년(壬午年) 십이월 팔일[臘月八日] 새벽에 샛별을 보고 도를 깨치실 때, 이 대지의 중생들과 함께 정각(正覺)을 이루셨다 한다. 석가 노인은 그만두고 여기 모인 대중은 그 정각 이룬 것을 과연 알고 있는가? 만일 알고 있다면 각각 한 마디씩 말해 보라.
대중이 말이 없자 이르시기를,
이 이치를 알려거든 밤마다 새벽에 우는 나무닭 소리[木鷄聲]를 들어 보라.
또 이르시되,
샛별이 나타날 때 도(道)를 깨쳤다 하였으니, 그 도란 어떤 물건이며 또 그 형상은 어떤 것인가? 모난 것인가 둥근 것인가. 긴 것인가 짧은 것인가. 파랑인가 노랑인가. 빨강인가 흰 것인가.
만일 그것이 모나거나 둥글거나 길거나 짧거나 파랑이거나 노랑이거나 빨강이거나 흰 것이라 한다면, 빛깔이나 형상이 없는 것은 도가 아닐 것이다. 도란 본래 이름이 없는 것이지만 마음을 일러 도라 한 것이다. 도가 이미 거짓 이름이라면 부처도 또한 그렇고, 부처가 거짓 이름이라면 중생도 또한 그럴것이니 그렇다면 결국 어떤고?
게송을 읊으시되,
만일 여래(如來)께서 어떤 깨침 있었다 하면
그는 바로 여래를 비방함이나 다름 없네
사십오 년 동안 그의 횡설수설은
우는 아기 달래는 방편(方便)이었네.
법상에서 내려오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