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9. 12.

상당법어-해인사 가야총림 -효봉스님-1949년(己丑年) 8월 15일

1949년(己丑年) 8월 15일
상당법어-해인사 가야총림
 
 
법상에 올라 말씀하셨다.
 
한 곳[一處]을 통하면 천곳 만곳을 일시에 통하고, 한 글귀[一句]를 깨달으면 천 글귀 만 글귀를 일시에 깨달으리라. 그렇다면 어떤 것이 그 한 곳이며 어떤 것이 그 한 글귀인고? 눈 밝은 대중은 말해 보라.
 
대중이 말이 없자 게송을 읊을시되,
 
저 달이 모든 물에 비추니
모든 물도 저 달에 비추네
단풍잎이 허공에 날리니 삼계(三界)가 가을이요
샘물이 바다에 드니 시방세계(十方世界)에 흐르더라.
 
비록 이것을 분명히 말하더라도 이 산승(山僧)의 문하에 와서는 아픈 매를 면하지 못할 것이니, 어떻게 하면 그것을 면하겠는가?
 
한참 있다가 말씀하시기를,
 
이 법[是法]은 본래 평등(本來平等)하여 높고 낮음이 없고 길고 짧음이 없다. 이른바 평등이란 산을 무너뜨려 바다를 메우는 평등이 아니요, 또 학의 다리를 꺽어 오리 다리에 잇는 그런 평등이 아니다. 높은 것은 높은 그대로 두고 낮은 것은 낮은 그대로 두며 긴 것은 긴 것대로, 짧은 것은 짧은 것대로 두는 것이니, 그래야 비로서 참 평등이라 할 수 있다. 다만 법이란 다 그런 것임을 알면 모든 물건은 저절로 평등해질 것이다.
 
게송을 읊으시되,
 
팔월 보름날 밤에
달이 구름 속에 들락날락하네
달만 보고 구름은 안 보니
삼천세계가 모두 달 뿐이로다.
 
대중에게 묻노니 이것이 천상의 달[天上月]인가, 인간의 달[人間月]인가?
 
법상에서 내려오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