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있는 그대로 보기 U.Tejaniya Sayadaw
U.Tejaniya Sayadaw의 마음을 있는 그대로 보기(cittanupassanā)
수행은 마음의 작용, 즉 마음이 일하는 것을 아는 것입니다.
마음이 무슨 일을 할까요? 사띠(sati)를 두는 일을 합니다.
여기에서 ‘사띠를 두는 일’이란
지금 이 순간 생멸하는 현상을 알아차리는 것을 뜻합니다.
정좌해서 아랫배의 움직임이나 코끝에서 호흡을 관찰해보세요.
지금 당장 해보십시오.
아랫배의 일어남과 사라짐을 대상으로 보든지
콧구멍과 입술 언저리에서 공기가 들어오고 나가는 한 지점을 바라보든지 본인에게 맞는 걸 택해서 관찰하면 됩니다.
명칭은 붙이지 말고 마음을 기울여서 느낌에 집중해보십시오.
어떻습니까? 명칭 없이도 잘 보이지요?
yogi(수행자) : 침이 많이 고여서 금방 삼켜버렸습니다.
입안에 침이 고여서 목구멍으로 넘어가는 걸 알면 됩니다.
그 순간 호흡을 알아챘습니까?
그걸 알아챌 때는 명칭이 필요치 않아요.
직접 아는 것이 필요할 뿐,
명칭 붙이는 일과 알아차리는 일 이렇게 마음이 둘로 분산되면 반밖에 알지 못합니다.
두 손을 모아서 합장해보십시오. 닿는 느낌이 일어난 것을 압니까?
어떻게 그 느낌이 일어났을까요? 그걸 어떻게 알죠?
사띠로 인해 대상에 마음을 기울이니까 알게 됩니다.
이와 같이 마음을 알고 아는 게 바로 수행입니다.
발에 마음을 집중하면 발바닥에서 생멸하는 느낌들을 알게 되고
호흡에 마음을 집중하면 공기가 들어오고 나가는 움직임 전부를 알게 되듯이, 어디든지 내가 알려는 대상에 마음을 집중하면 곧바로 알게 됩니다.
지금 손가락 몇 개가 붙어 있습니까?
눈으로 보지 말고 마음으로 느끼세요.
닿은 곳의 느낌이 다 같은가요?
yogi: 같지 않습니다.
이렇게 알아차리는 순간 명칭을 붙일 필요는 없습니다.
만약 ‘닿음’이라고 명칭을 붙이면,
오히려 발바닥이 벌어지면서 힘이 쏠리며 눌리는 세밀한 느낌들을
분명히 알지 못하게 돼요.
사띠는 닿았을 때 어디에 힘이 가고 어떻게 그게 느껴지는지 등을
분명히 아는 것입니다.
아랫배의 일어나고 사라지는 현상에서도
일어날 때 어떻게 일어나고 사라질 때 어떻게 사라지는지
그 느낌을 처음부터 끝까지 알도록 하십시오.
자연스럽게 있는 그대로 명칭 없이 다만 알기만 하면 됩니다.
놓치지 않고 끊임없이 현상이 일어나면 일어난 줄 알고
사라지면 사라진 줄 알면 됩니다.
우리가 왜 수행하느냐 하면
이 몸과 마음에서 생멸하는 현상을 사실 그대로 알기 위해서,
즉 몸과 마음의 자연적인 성품을 알기 위해서입니다.
지금 이 순간 어떻게 일어나고 어떻게 머무르다가 어떻게 사라지는지를 있는 그대로 알기 위해서, 단지 그것뿐이에요.
마음이 지금 고요하죠? 마음이 지금 착 가라앉은 걸 아세요?
그걸 알아야 합니다. 지금 이 순간 일어나는 마음 상태를 알아야 해요.
사띠는 생각하는 게 아니라 순간적으로 직접 체험해서 아는 것입니다.
망상이 일어나면?
좌선을 시작하면 처음은 망상이 많이 일어날 것입니다.
망상이 일어나면 명칭은 붙이지 말고
망상이 일어난 줄 얼른 알아차리기만 하십시오.
사실 명칭을 안 붙이면 망상이 더 심할 것입니다.
그래도 알아차리고 다시 알아차리고 거듭거듭 알아차립니다.
이미 일어난 망상을 문제 삼지는 마십시오. 그 망상을 내버려두지도 말고요.
yogi : 망상이 안 사라질 때는 어떻게 합니까?
망상이 일어날 때마다 그걸 알아차리도록 하십시오.
망상을 없애려고 하지 말고,
지금 이 순간 몸과 마음에서 작용하는 원인을 알려고 노력하십시오.
만약 지금 망상하고 있다면 망상하고 있음을 알아야 합니다.
그걸 알고 나서 호흡 관찰로 되돌아오면 됩니다.
망상을 억지로 지우거나 일어나지 않게 억누르지는 마십시오.
단지 망상하는 줄 알면 됩니다.
지금 필요한 것은 곧바로 아는 것, 그것만 필요하지 다른 건 필요 없어요.
수행은 망상을 없애려고 하는 것이 아닙니다.
지금 마음이 망상하고 있는데도 망상하는 줄조차 모르면 어떻게 될까요?
망상하는 줄 알아야 합니다.
망상이 일어나지 않도록 겉으로 억누르지 마세요.
망상하는 습관이 이미 배어 있는 당신에게는
이미 일어난 망상에다 재빨리 사띠를 두는 일이 급선무입니다.
망상하고 있는데도 그냥 내버려두지 말고,
더 이상 진전이 되지 않게 얼른 사띠를 두어 알아차리도록 하십시오.
지금 즉시 알아차리는 습관을 들이세요.
다시 한 번 말씀드리겠습니다.
망상할 때마다 알아차리고 알아차려서 망상을 있는 그대로 알도록 하십시오.
좌선 시 통증은 어떻게 관찰할까요?
좌선 시 다리가 아프거나 어디 통증이 있을 때는 일단 마음을 차분히 가라앉히고
몸이 아픔으로 인해 마음이 반응하는 작용을 먼저 봐야 합니다.
아픔을 관찰하는 것은 그리 중요하지 않습니다.
마음의 반응을 알아채는 게 더 중요합니다.
아프면 마음이 어떠하죠? 괴로워서 싫고 또 그걸 못 견뎌서 짜증납니다.
그 느낌에 수반된 마음들을 보십시오.
안정이 안 돼서 동요하는 마음도 봐야 합니다.
마음 상태가 어떤지 그걸 보고 아는 것이 중요해요.
사실 몸이 아프면 마음이 긴장하게 되는데,
그건 참아야 한다는 생각 때문에 더욱 긴장하게 되는 것입니다.
우선 긴장을 푸십시오.
그리고 “없어지려면 없어지고 말려면 말아라. 어찌 되든 난 바라보기만 할래.”
이런 마음자세로 가슴의 느낌, 즉 긴장되어서 답답한 느낌 등을 보세요.
마음이 아직도 긴장되어 있나요? 아니면 이완돼서 느긋합니까?
마음 상태부터 먼저 보는 습관을 들이십시오.
그리 긴장을 풀고 봐도 아픔이 심해서 도저히 견딜 수 없을 땐
자세를 살짝 바꿔보세요.
그땐 자세를 바꾸는 움직임을 알면서 바꿔야 합니다.
마음 상태를 먼저 보고 또 보다가 도저히 안 될 때,
그때 바꿔야지 조금 아프다고 이리저리 바꾸지는 말고요.
아픔의 성질을 알아야 하기 때문에 무엇보다 먼저 마음을 봐야 합니다.
많이 아플 경우엔 마음의 긴장을 먼저 풀어서 자신을 돌아보는 여유를 가져보세요.
무조건 참기만 하면 관찰이 힘들어지고,
그렇게 참기만 해선 vedana(느낌)의 성질을 알 수 없어요.
예를 들어 차를 운전할 때 이상한 소리가 나서 고장 난 것이 분명한데도 계속 달리면 안 됩니다.
일단 멈추어서 그걸 고치고 난 뒤에 달려야죠.
이와 마찬가지로 마음이 몹시 흔들릴 때는 당황하지 말고
마음을 일단 차분히 가라앉힌 다음에 봐야 합니다.
마음이 잔뜩 긴장되어 있는데도 계속 보면 있는 그대로 보이질 않습니다.
실은 이 아픔을 없애기 위해서 보는 것이 아니라
아픔의 자연적인 성품과 아플 때 마음이 어떻게 반응하는지 그걸 알기 위해서, 즉 몸과 마음이 어떻게 반응하고 어떤 연관 관계가 있는지를 알기 위해서 보는 것입니다.
수행은 그 순간 마음을 챙겨서 사실대로 아는 것입니다.
어떻게 되게 하려는 것도 아니고 아주 고요해지기 위해서도 아닙니다.
현상이 어떻게 일어나나? 그리고 어떻게 사라지나? 그걸 알기 위해서 수행하는 것입니다.
수행은 대상을 어떻게 되도록 하기 위해서나 뭘 얻기 위해서가 아니라
몸과 마음의 성질을 있는 그대로 보아 알기 위해서 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만약 내가 누군가를 알고 싶으면 어떻게 해야죠?
내가 하고 싶은 대로 그에게 요구할까요?
아닙니다. 그가 하는 양을 그냥 그대로 본다면,
다시 말해서 뭘 어떻게 하고 있는지 그가 움직일 때마다 지켜보다 보면 결국 그의 습관과 생김새 등을 자세히 알게 될 것입니다.
수행도 이처럼 있는 그대로 자연스레 바라보는 것입니다.
마치 옆에서 지켜보듯이 그렇게 지켜봅니다.
어떻게 되게 하려고 조작하거나 원하는 대로 바꾸지도 없애지도 마세요.
수행에서 마음가짐은 아주 중요합니다.
마음가짐이 바르면 수행하기 쉽지만,
마음가짐이 바르지 않으면 수행이 굉장히 어렵습니다.
내가 원하는 상태로 만들려고 해서도 안 되고,
원치 않는다고 없애려고 시도해서도 안 됩니다.
일어나면 일어나는 대로 사라지면 사라지는 대로 단지 바라보기만 하고 그래서 분명히 알기만 하면 됩니다.
경행 시
가렵거나 아프고 쑤시거나 덥거나 추운 느낌 등
일어나는 모든 현상에서 언제나 마음부터 먼저 챙기세요.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마음으로 인해 일어나는 좋고 싫은 느낌들을
빠짐없이 보는 습관을 들이는 겁니다.
그리고 그 순간 마음의 긴장을 풀고 보는 것입니다.
손으로 바닥을 한 번 짚어보십시오.
어떻습니까? 지금 당신은 뭘 알고 있죠? 닿은 느낌을 아시나요?
차고 딱딱한 느낌, 팔목과 팔에 일어나는 느낌들을 알고 있습니까?
지금 마음이 어디에 있죠? 사띠를 두고 팔을 한 번 들어올려 보십시오.
조금 높게요. 어떤 느낌들이 있습니까?
내리십시오. 들어올릴 때 들어올리는 느낌을 알고,
내려놓을 때 내려놓는 느낌을 아십니까?
이때 팔목의 구부러짐도 알아야 하고 손가락에 가해지는 느낌도 알아야 합니다.
사띠가 좋으면 많은 것을 한꺼번에 알 수 있습니다.
곳곳의 느낌과 부분적인 느낌은 물론이고 전체적인 느낌까지도 다 알 수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마음을 손바닥에 집중하는 것입니다.
마음을 모아서 보면 이럴 때는 이걸 알고, 저럴 때는 저걸 아는 등
갖가지 현상을 알게 됩니다.
그러므로 움직일 때마다 알도록 해보세요.
경행할 때도 이렇게 발바닥에 마음을 기울여서
처음부터 끝까지 그 마음을 유지해야 제대로 보입니다.
‘발을 들어서 앞으로 놓음’이라고 명칭붙일 필요 없이
들 때 드는 줄 알고 나아갈 때 나아가는 줄 알고
내려놓을 때 내려놓는 줄 알면서 자연스럽게 걸으세요.
일부러 천천히 움직이지 말고 자신의 보통 걸음으로 자연스럽게 걷되
분명히 알기만 하면 됩니다.
손은 자연스럽게 두되 너무 흔들지는 마십시오.
우선은 분명히 느껴지는 것만 알아채다 보면,
한 걸음 한 걸음 걸을 때마다 마음이 하나씩 알고 또 알게 됩니다.
마음이 밖에 가 있으면 알지 못하므로, 항상 발바닥에 사띠를 두고 걷도록 하십시오.
어딜 가든 자연스럽게 걸으면서 알도록 노력하세요.
경행 시 몸에서 일어나는 느낌을 알고, 마음이 왔다 갔다 하는 것도 알고. 마음이 왼발에 가면 왼발의 느낌을 알고 오른발에 가면 오른발의 느낌을 알며, 의도까지 알면 더 좋습니다.
마음이 왼발․오른발로 왔다 갔다 하는 것은 마음을 발에 기울여야만 알 수 있지, 마음이 다른 데 가 있으면 알지 못하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