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9. 16.

만공(滿空)선사 대상법요(大祥法要)시(時) 법문-효봉스님

만공(滿空)선사 대상법요(大祥法要)시(時) 법문


1948년(戊子年) 12월 21일-덕숭산 정혜사


법상에 올라 말씀하셨다.

십 년 전에 이 산에 왔을 때는 그 사람만 보고 산은 보지 못했더니 십 년 후에 이 산에 오니 그 사람은 볼 수 없고 산만 보이는구나.
한참 있다가 이르시되,
향을 사르고 꿇어 앉아 흐느껴 우니, 두 눈에서 젖지 않은 눈물이 비처럼 내린다. 오늘 이 법회에 참례한 대중은 남녀 노소와 재가 출가를 막론하고, 모두 이 노 화상(老和尙)의 법은(法恩)을 입은 사람들이다. 이 기회에 각자 그 힘을 따라 노 화상의 은혜를 갚음이 어떤고?
주장자로 법상을 한 번 울리고 이르시되,
만공화상(滿空和尙)은 어디로 향해 갔는고?
이때, 고봉(高峰)스님은 '시자야, 향을 사르라'하고 말하였다.

스님은 이에 '그 밖의 대중은 말 없는 동안에 노 화상의 법은을 이미 다 갚았다' 하고는 이르시되
이 말세(末世)에 한 마리 큰 호랑이[幻蟲]가 무슨 인연으로 이 땅에 와서 인간 천상[人天]을 경동(驚動)시켰는고? 그를 보는 이는 눈이 멀고 그 소리를 듣는 이는 귀가 먹었으니, 지금 여기 모인 대중 스님 가운데 과연 장님과 귀머거리가 있는가?
대중이 말이 없자 이르시기를,
은혜를 갚는 이는 적고 은혜를 배반하는 이는 많구나.

자리에서 내려오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