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제법어
주장자를 일으켜 세우고 말씀 하시되
알았느냐?
구름이 깊은 골짜기에 잠기고
햇빛은 맑은 공중에 비치도다
상을 세번 치고 내려 오시다
몇 해를 동서 바다에서 출몰하다가
오늘 배를 돌이켜 본 고향에 돌아 왔도다
이 기쁨이야 형연할 수 없구나
미소를 짓고 서로 만나는 손과 주인의 따뜻한 정을.
삼순(三旬)기간 중 일체의 외출을 금하고 삼요(三要)를 주안으로 하여, 화두를 들고 정진하신 전국 선원의 수좌 스님들. 그 절언 절려(絶言絶慮)하고 심행처멸(心行處滅)한 경지를 얻었으면 곧 실 사회에 나가 널리 중생 제도의 봉화가 되어야 할 것이며,
혹은 아직도 미진한 바가 있으면 다음 안거 시에는 꼭 얻어야 하겠다는 자세를 새롭게 가다듬어야 한다. 그러하기 위하여 해제하는 동안 신체를 단련하고 호연한 기상을 길러 다음 정진의 대비에 만전을 기해야 하겠다.
그리고 보면 공부하는 사람은 결제와 해제가 따로 없이 모름지기 행주좌와 어묵동정(行住坐臥 語默動靜) 그 어느 것 하나 정진에서 이탈됨이 없어야 하겠다.
결제 동안에 드는 화두 밖에도 해제 동안 만행에서 보고 듣는 수수산산 두두물물 (水水山山 頭頭物物)이 그대로 곧 법신이요, 법음의 화두가 되어야 할 것이다.
백옥의 구슬이 둥글고 밝아
도처에 나타나니 광채가 찬란하도다
움지여 쓰고 뒤집어 일으킴에 값 칠 수 없는 보배
그대는 알지어다 이 이로운 것이 간단없음을.
주장자를 일으켜 세우고 말씀하시되
알았느냐?
세계는 한가지 봄이라 만유가 다 화합하도다
상(床)을 세번 치고 내려 오시다.
1967년부터 세 번이나 조계종 종정을 지내신
고암(古庵) 스님은 80세 고령에도 늘 어린아이처럼
천진스런 미소를 담고 계셨던 분으로 유명합니다.
늘 아이들에게 존댓말을 쓰고,
당신의 빨래는 손수 빨아 입으셨으며,
제자나 신도가 절을 세 번 올리려하면
한번만 받으시고는 먼저 일어서시는
그런 분이셨습니다.
제자나 신도가 약값으로 돈을 드리고 가면
스님은 그날로 염주나 책을 사 두었다가 찾아오는
사람에게 차별없이 나누어 주셨습니다.
그러므로 스님은 항상 무일푼이라,
한 제자가 이를 보다 못해 말씀을 드렸습니다.
"스님, 돈이 생기시면 모아두셔야 합니다.
들어오는 족족 그렇게 다 써 버리시면
나중에 어쩌시려고 그러십니까?"
"이것 보시게! 옛날 빛 갚기도 모자라는데
모아둘 돈이 어디 있겠는가?"
"무슨 빛을 지셨는데요?"
"내가 젊었을 적이었네.
해인사에서 수행을 하다가 묘향산으로 가는 길이었는데
임진강 나루터에서 배를 타려니 배삯이 십전이라는게야.
가진 돈은 오전밖에 없어서 뱃사공에게 사정을 했지.
그런데 사정을 해도 태워주지를 않더구만.
그래서 우두커니 서서 먼 산만 바라보고 있는데,
아기를 업고 있던 젊은 새댁이 옷고름을 풀어 헤치더니
모자라는 배삯 5전을 보태주는 게야.
나는 그때 너무 고맙고, 부끄럽고, 미안해서
그 새댁 얼굴도 제대로 처다보지 못했지.
어디사는 어는 댁네인지도 물어보질 못했어.
그 후로 늘 그게 마음에 걸려.
그래서 그 후로는 돈이든 물건이든 뭐든 생기면
그 새댁에게 빛갚는 셈치고 나눠주는 게야.
허나 아무리 나눠주고 나눠 주어도
그때 그 새댁의 빛 5전은
내 평생 다 갚지 못할 것이야."
항상 편안하십시요
나무불타 나무달마 나무승가
천성선원에서 용성대선사를 고암스님께서 찾아 와 친견하시고 거량하시기를
“般若의 公理는 正眼으로 봄이라”
라는 말씀에 홀연히 깨침이 있었다고 하시고
조주무자 十種病에 걸리지 않으려면
“但行劒上路라"
"다만 칼위의 길을 간다”라고 답하시고,
세존 염화미소 소식은
“獅子窟中 無異獸라”
"사자굴속에는 다른 짐승이 없다." 라고 하시었습니다.
가풍은 拄杖子 三下 하시니
용성 대화상께서 "선재라 萬古風月이로다" 하시고 게송을 전하시니
고암스님 왈
萬古風月 知音自誰요
古庵獨對 風月萬古로다
古庵에 風月을 듣는이는 누구런가
古庵을 홀로대하니 風月이 萬古로다. 하시고
용성스님 왈
佛祖元不會 掉頭吾不知
雲門胡餠團 鎭州蘿菊長
부처와 조사도 원래 알지못하고 나도또한 알지 못하니라
운문의 호떡은 둥글고 진주의 무는 길기도 하네.
라고 전법계를 내려 인가하시고 古庵 堂이라는 堂號를 내려 주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