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9년(己丑年) 3월 15일
상당법어-해인사 가야총림
법상에 올라 말씀하셨다.
소혈(巢穴)은 하늘을 꿰뚫는 눈이요 초명(초螟)은 땅을 뒤덮는 몸이며 대천세게(大千世界)에 가득한 경책(經冊)도 한 티끌 속에 있으니 대중은 그 티끌[一塵]을 아는가?
그것이 있다 해도 한 티끌을 이루지 못할 것이요, 그것이 없다 해도 한 티끌을 이루지 못할 것이며, 있지도 않고 없지도 않다 해도 또한 한 티끌을 이루지 못할 것이다. 그 한 티끌 도리의 10분의 9를 나는 이미 대중에게 다 말했거니와 그 남은 1분은 오로지 대중의 생각에 맡긴다.
한참 있다가 이르시되,
봄날이 따뜻하지 않으니 절후가 잘못 됐나 의심스럽구나.
또 말씀하시기를,
저 하늘에는 그림자 있는 달[有影月]이 있고
이 인간에는 그림자 없는 달[無影月]이 있다
그림자 있는 달은 비추지 못하는 곳이 있지만
그림자 없는 달은 비추지 못하는 곳이 없다.
그림자 없는 달은 사람 사람이 다 가지고 있는 것이니
만일 그 달을 보려거든 섶을 지고 불 속으로 들어가라.
주장자로 법상을 한 번 울리고는 자리에서 내려오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