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9. 16.

미래사(未來寺) 상량문-효봉스님

미래사(未來寺) 상량문


1954년(甲午年) 1월 25일


이 절을 세움이여, 뿌리 없는 나무를 베어 대들보를 올리고, 그림자 없는 나무를 꺽어 도리와 서까래를 걸며, 푸른 하늘과 흰 구름으로 기와를 삼고, 메아리 없는 골짜기의 진흙으로 장벽을 만들다.

사방에 문이 없어 드나듦이 없지만 시방세계에서 모두 모여도 넓지도 않고 비좁지도 않다. 청정한 부엌에서 밥을 지을 때에는 낟알이 없는 쌀로 짓고, 국을 끓일 때에는 흰 쇠고기[白牛肉]를 삶는다. 잿밥을 먹을 때에는 낟알 없는 밥을 먹고 흰 쇠고기 국[白牛湯]을 마시며, 공양을 마치고는 조주의 차[조주차]를 마시고 운문의 떡[雲門餠]을 먹는다.

법당(法堂)을 돌 때에는 줄이 없는 거문고를 타고 구멍이 없는 젓대를 부나니, 그 가락마다 고라니와 사슴이 모여와 기뻐하고, 봉황이 날아와 춤을 춘다. 선실(禪室)에 있을 때에는 올 없는 옷을 입고 허공을 향해 앉아 문수(文殊)의 눈을 후벼내고 보현(普賢)의 정강이를 쪼개며 유마(維摩)의 자리를 부수고 가섭(迦葉)의 옷을 불사른다.

이렇게 해야 그것이 이른바 납자(衲子)의 일상생활이니, 이 절에 있는 이로서 이같이 하면 좋겠거니와 그렇지 못하면 신명(身命)을 잃을 것이니 이 어찌 삼가지 않을 것인가.



불기 2981년(1954년) 갑오 정월 25일 조계후인 효봉학눌 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