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9. 19.

경봉(鏡峰) 스님께. 1-효봉스님

경봉(鏡峰) 스님께. 1

금강산에서 한 번 뵈온 지 20성상(星霜)이 지났습니다. 이제 거의 잊혀가던 중 홀연히 생각이 나서 편지를 쓰려고 붓을 드니 할 말은 많으나 종이가 짧구료.

도우(道友)는 병술년 가을에 해인사에 왕서 납자(衲子)들과 다섯 해를 지냈는데 나도 해치고 남도 해치면서 헛되이 신도들의 시은(施恩)만 없애는 것 같아서 이제 비로소 깨달아 살피고 자리를 뜨려고 계획하고 있습니다.

영취산(靈鷲山) 아래 불지종가(佛之宗家)는 나의 선증옹사(先曾翁師) 용악화상(龍岳和尙)의 주석(住錫) 하시던 도량이라 내 비록 불초나 감히 옛 어르신의 자취를 사모하여 이제부터는 남은 생애를 그곳에서 마칠까 하나이다.

뒤늦게 서로 만난 감이 없지 않으나 어찌 숙생(宿生)의 인연이 아니겠습니까. 삼월 열흘께 한 번 찾아 뵈옵고 이제까지 소홀하였던 것을 사과하고 함께 지내기를 원을 세웠으니 물리치지 마옵소서.

남은 말은 대법체 청안하시길 빌 뿐입니다.



정월 25일

도우(道友) 효봉(曉峰)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