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1. 마혈천자문팔정품 1
신수장경 : 2-756a
한글장경 : 증-2-239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마혈천자는 조용할 때에 세존님께 나아가 머리를 조아려 발 아래 예배하고 한쪽에 서서 사뢰었다.
"저는 아까 이렇게 생각하였나이다. '땅에서 걸어 이 세계 끝에까지 갈 수 있는가.' 나는 지금 세존님께 여쭙나이다. 걸어서 이 세계 끝에까지 갈 수 있나이까."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너는 지금 무슨 뜻으로 그렇게 묻는가."
천자가 사뢰었다.
"저는 옛날 어느 때 바가범천에 갔었나이다. 그 때에 그 범천은 나를 보고 '잘 오셨오. 마혈 천자여, 여기는 하염없는 경계로서 생·노·병·사가 없고, 끝도 처음도 없으며 근심·걱정·고통·번민이 없다.'고 말하였나이다. 나는 그 때에 생각하였나이다.
"이것은 열반 길인가. 왜 그러냐 하면 열반에는 생·노·병·사와 근심·걱정·고통·번민이 없기 때문이다. 이것은 세계 끝인가. 만일 세계 끝이라면 걸어서 세계 끝에 갈 수 있는 것이로다.'라고."
세존께서 말하셨다.
"너는 어떠한 신통을 가졌는가."
천자가 사뢰었다.
"마치 활을 잘 쏘는 역사의 화살이 걸림이 없어 날아가는 것처럼 제 신통도 그와 같이 걸림이 없나이다."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나는 이제 너에게 물으리니 마음대로 대답하라. 마치 활을 쏘는 네 사람이 각각 사방을 향해 활을 쏠 때 어떤 사람이 와서 그 사방 화살을 땅에 떨어지기 전에 거두어 잡으려 한다면 어떤가. 천자야, 그 화살을 땅에 떨어지지 못하게 하는 그 사람을 매우 빠르다고 생각하는가.
천자야, 알라. 저 위의 해와 달 앞에 첩보 천자가 있다. 그는 가고 오며 나아가고 그침이 저 사람보다 빠르다. 그런데 해와 달의 궁전은 그보다 더 빠르며 저 천자와 해와 달의 빠름을 합쳐도 33천의 빠름보다 못하고 33천의 빠름은 야마천의 빠름보다 못하다. 이와 같이 모든 하늘이 가진 신통은 서로 따르지 못하느니라.
비록 네가 지금 가진 신통한 힘이 저 하늘들과 같아서 한 겁에서 또 한 겁, 내지 백 겁 동안 가더라도 세계의 끝까지는 갈 수 없을 것이다. 왜 그러냐 하면 이 세계의 경계는 헤아릴 수 없기 때문이니라.
천자야, 알라. 나는 먼 옛날 일찍 선인이 되어 네 이름과 같이 이름을 마혈이라 하였다. 나는 애욕이 이미 다하여 허공을 날아 다니되 아무 걸림이 없었다.
그 때의 내 신통은 남과 달라 손가락을 퉁기는 사이에 그 사방 화살이 땅에 떨어지기 전에 거두어 잡을 수 가 있었다. 때에 나는 그런 신통을 가지고 이렇게 생각하였다. '나는 지금 이 신통으로 세계의 끝까지 갈 수 있을까'고. 그래서 세계를 걸어 가 보았지마는 그 끝에까지 갈 수 없었다.
그러다가 목숨을 마친 뒤에 덕과 업을 부지런히 닦아 깨달음을 이루고 나무 밑에 단정히 앉아 옛날에 지난 일을 생각하였다. 그 때에 나는 선인으로서 그런 신덕으로서도 세계의 끝에까지 갈 수 없었는데 또 무슨 신통으로 그 끝에 까지 갈 수있겠는가. 때에 나는 다시 생각하였다. '반드시 성현의 여덟 가지 길을 가야 생·사의 끝에 까지 갈 수 있다.'고 성현의 여덟 가지 길이란 무엇인가. 이른바 바른 소견·바른 다스림·바른 말·바른 업· 바른 생활·바른 방편·바른 생각·바른 삼매니라.
천자야, 알라 성현의 여덟 가지 길은 세계의 끝까지 알았고 만일 미래 세상에 여러 불세존이 나타난다면 그들도 이 성현의 길로 말미암아 세계의 끝까지 다 알 수 있을 것이다."
그 때에 세존께서는 곧 다음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세계의 끝까지 가 보려 하여
아무리 걸어도 다 할 수 없네
이 땅덩이 헤아릴 수 없나니
그것은 신통으로 미칠 수 없네.
범부들은 부질없이 마음을 내어
그 중에서 곧 미혹을 일으키고
참되고 바른 법을 알지 못하여
다섯 가지 길에서 굴러다니네.
성현들의 저 여덟 가지 길
그것은 건너가는 배가 되나니
모든 부처님 그 길을 닦아
이 세계의 끝을 알았느니라.
장차 오는 세상에 나타날 부처님
저 미륵과 같은 그 부처님들도
또한 이 여덟 가지 길을 행하여
이 세계의 끝에까지 가리라.
그러므로 지혜로운 사람으로서
성현의 여덟 가지 길을 닦아
밤이나 낮이나 익혀 행하면
곧 저 하염없는 곳에 이르리.
때에 마혈 천자는 여래께서 말씀하시는 성현의 여덟 가지 길을 듣고, 그 자리에서 온갖 번뇌가 다해 법눈이 깨끗하게 되었다. 그는 곧 머리를 조아려 그 발에 예배하고 세 번 돌고 물러갔다.
그 때에 천자는 그 날로 갖가지 아름다운 하늘 꽃을 여래 위에 흩으면서 다음 게송으로 말하였다.
오랫 동안 생·사에 굴러 다니며
이 세계를 건너려 하여
이 성현의 여덟 가지 길은
알지도 보지도 못했네.
이제 나는 이 진리를 보고
또 여덟 가지 길을 들음으로써
끝의 끝까지 이르게 되었나니
여기는 모든 부처님 가신 곳이네.
세존께서는 그 천하의 말을 '옳다'하셨다. 천자는 세존께서 '옳다'하심을 보고 곧 세존님 발에 예배하고 물러갔다.
그 때에 천자는 부처님 말씀을 듣고 기뻐하여 받들어 행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