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8년(戊子年) 10월 15일
동안거 결제법어-해인사 가야총림
법상에 올라 전후좌우를 둘러보시고 말씀하셨다.
전후좌우의 모든 대중이 다 무위진인(無爲眞人)이로구나! 이 자리에서 문득 한 생각을 일으키면 곧 진신(眞身)을 잃어버릴 것이다.
한참 있다가 이르시되,
이번 겨울 안거[冬安居] 동안에 이 산승(山僧)은 여러 대중과 함께 한 배를 타고 물결 일지 않는 바다를 건너 바로 피안(彼岸)으로 건너가리니 대중은 맹세코 다시는 진흙을 묻혀 물에 들어가지 말고 나와 같이 가자.
이어 게송을 읊으시되,
한 걸음, 두 걸음, 세 걸음, 네 걸음
좌우에도 전후에도 떨어지지 말고 한복판으로 가자.
산과 물이 막다른 곳에 이르렀을 때
한 걸음 더 내디디면 거기가 바로 좋은 곳이다.
또 말씀하시기를,
조계(曹溪) 소식 아득해 안 들리니
육조(六祖) 스님 지금에 혹 탈이나 없는가
후손으로 그 조업(祖業)을 이어받지 못하면
우리 가문(家門) 가운데 무슨 경사 있으리.
그러나 지금 이 도량에 옛 거울[古鏡]이 있어 어두운 거리를 비추고 있으니 바라건대 대중은 이 광명을 받아 다 함께 활로(活路)를 얻어야 한다.
법상을 세 번 울리고 자리에서 내려오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