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9. 12.

참괴품


18-3. 참괴품 3
신수장경 : 2-587c
한글장경 : 증-1-160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시면서 여러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언제나 법을 보시하고 음식 보시를 좋아하지 말라. 왜 그러냐 하면 너희 들은 지금 과보의 도움이 있어서 내 제자들로 하여금 법을 공경하고 이끗을 탐내지 않게 하기 때문이다. 만일 이 끗을 탐내면 곧 내게 큰 허물이 있을 것이다.
왜 그러냐 하면 중생들은 법을 분별하지 못하여 세존의 가르침을 비방할 것이요, 세존의 가르침을 비방하면 다시는 열반에 이르지 못할 것이니, 네게는 곧 부끄러움이 있을 것이다. 그 까닭은 이른바 여래 제자는 이끗을 탐내어 법을 행하지 않고 법을 분별하지 못하여 세존의 가르침을 비방하고 바른 법을 따르지 않을 것이요, 세존의 가르침을 비방하면 다시는 열반의 길에 나아가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이제 너희 비구들이 법의 보시를 생각하고, 재물의 보시를 생각하지 않으면, 좋은 이름이 사방에 펴지게 될 것이요, 법을 공경하고 재물을 탐내지 않으면 거기에는 부끄러움이 없을 것이다. 왜 그러냐 하면 여래 제자는 법의 보시를 좋아하고 재물의 보시를 탐내지 않기 때문이다. 비구들이여, 이것을 '법의 보시를 생각하고 재물의 보시를 좋아하지 말라'고 하는 것이니라.
비구들이여, 나는 이 이치를 말하였다. 그러면 무슨 뜻으로 나는 이 사실을 말하였는가."
비구들은 사뢰었다.
"원컨대 세존께서는 자세히 그 이유를 말씀해 주소서."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옛날 어떤 사람이 나를 청해 공양하였다. 그래서 내게는 버려야 할 남은 음식이 있었다. 그 때에 마침 멀리서 온 두 비구가 있었다. 몸은 매우 피로했고 얼굴은 파리하였었다. 나는 그들에게 이렇게 말하였다. '여기 남은 음식이 있어 버리려고 한다. 필요하거든 마음대로 먹고 시장을 면하라'고. 때에 한 비구는 생각하였다. '지금 세존께서는 남은 음식이 있어 버리려고 한다. 필요하거든 마음대로 먹고 시장을 면하라고 하신다. 설사 우리가 그것을 먹지 않더라도 그 음식은 깨끗한 땅이나 물에 버려질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그것을 가져다 먹고 시장을 면하고 기운을 얻자'고.
그 때에 비구는 다시 생각하였다. '부처님께서는 법의 보시를 행하고 재물 보시를 행하지 말라. 왜 그러냐 하면 보시 가운데에는 재물 보시 보다 나은 것은 없지마는 그 중에도 법의 보시가 최상이라고 하셨다. 나는 지금 종일 먹지 않더라도 견딜 수 있다. 구태여 시주의 복을 받을 필요가 없다'고. 그래서 그 비구는 곧 단념하고 그 밥을 먹지 않았으므로 몸이 매우 고달팠으나 목숨을 돌아보지 않았다.
그 때에 둘째 비구는 이렇게 생각하였다. '세존께서는 남은 음식이 있어서 버리려고 하신다. 만일 우리가 그것을 가져다 먹지 않으면 매우 곤란을 당할 것이다. 이제 저것을 가져다 먹고 허기를 면하고 기운을 얻으면 이 밤을 편히 지낼 것이다'고. 그래서 그 비구는 그 밥을 가져다 먹고 기운을 차리고 밤을 편히 지냈었느니라."
부처님께서는 이어 말씀하셨다.
"그 둘째 비구는 그 밥을 가져다 먹고 허기를 면하고 기운을 얻었지마는, 먼저 비구의 공경할 만하고 높일 만하며 매우 존중할 만한 것에는 미치지 못한다. 그 비구는 오래도록 좋은 이름이 멀리 퍼지고 만족할 줄 아는 계율을 성취하였느니라. 그러므로 비구들이여, 법의 보시를 배우고 재물 보시를 배우지 말라. 내가 앞에서 말한 이유는 이런 사실에 있는 것이다."
세존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시고 곧 자리에서 일어나 떠나셨다.
그 때에 비구들은 이렇게 생각하였다. '지금 세존께서는 그 요령만 간략히 말씀하실 뿐 널리 해설하시지 않고 곧 자리에서 일어나 고요한 방으로 들어가셨다. 지금 이 대중 가운데는 누가 그 간단한 뜻을 널리 해설할 수 있겠는가'고. 그리고 다시 생각하였다. '지금 저 존자 사리불은 세존의 칭찬을 받는 사람이다. 우리는 저사리불에게로 가자'고.
그들은 곧 사리불에게로 가서 서로 인사하고 한 쪽에 앉아 세존에게서 들은 일을 모두 사리불에게 말하였다. 이 때에 사리불은 비구들에게 말하였다.
"어떤 것이 세존의 제자로서 이끗에 탐착하여 법을 수행하지 않는 것이며, 어떤 것이 세존의 제자로서 법을 수행하기를 탐내고 이끗을 탐내지 않는 것인가."
비구들은 아뢰었다.
"우리들은 먼 데서 와서 그 뜻을 묻고 수행하려 합니다. 존자 사리불님은 그 일을 감강할 수 있는 분이십니다. 우리들에게 그 뜻을 자세히 말씀해 주십시요."
사리불은 말하였다.
"자세히 듣고, 잘 명심하라. 나는 그대들을 위해 그 뜻을 널리 설명하리라."
비구들은 대답하였다.
"그리하겠습니다."
사리불은 말하였다.
"세존의 제자로서 배워야 할 것은, 고요하고 생각이 편안한 것인데, 성문 제자들은 그렇게 배우지 않는다. 세존의 가르치심은 없애야 할 법인데, 비구들은 그것을 없애지 못한다. 그래서 그 가운데서 게으름을 피우고 온갖 어지러운 생각을 일으켜, 하여야 할 일은 즐겨 행하지 않고 하지 않아야 할 일은 곧 익혀 행한다.
그래서 여러 장로 비구는 세 가지 알에 부끄러움이 있다. 어떤 것이 셋인가. 세존은 항상 고요한 곳을 즐겨하시는데 성문들은 그렇게 배우지 않으니 거기에 장로 비구들의 부끄러움이 있다. 세존은 그 법을 없애라고 가르치시는데 비구들은 그 법을 없애지 못하니 거기에 장로 비구들의 부끄러움이 있다. 그리고 그 가운데서 어지러운 생각을 일으켜 뜻이 전일하지 못하니 거기에 장로 비구들의 부끄러움이 있다.
여러분, 중년 비구도 세가지 일에 부끄러움이 있다. 어떤 것이 셋인가. 세존은 항상 고요한 곳을 즐겨하시는데 성문들은 그렇게 배우지 않으니 거기에 중년 비구의 부끄러움이 있다. 세존은 그 법을 없애라고 가르치시는데 그 비구들은 그 법을 없애지 못하니 거기에 중년 비구의 부끄러움이 있다. 그리고 그 가운데서 어지러운 생각을 일으켜 뜻이 전일하지 못하니 거기에 중년 비구의 부끄러움이 있다.
여러분, 젊은 비구도 세 가지 일에 부끄러움이 있다. 어떤 것이 셋인가. 세존 제자는 항상 고요한 곳을 즐겨 하시는데 성문들은 그렇게 배우지 못하니 거기에 젊은 비구이 부끄러움이 있다. 세존은 그 법을 없애라고 가르치시는데 그 비구들은 그 법을 없애지 못하니 거기에 젊은 비구의 부끄러움이 있다. 그리고 그 가운데서 어지러운 생각을 일으켜 뜻이 전일하지 못하니 거기에 젊은 비구의 부끄러움이 있다.
이것이 이른바 여러분이 재물에 탐착하고 법을 탐내지 않는 다는 것이다."
비구들은 사리불에게 아뢰었다.
"어떤 것이 비구가 법에 탐착하고 재물을 탐내지 않는 것입니까."
사리불은 말하였다.
"비구들이여, 세존께서 고요한 곳을 즐겨하시면 성문들도 고요한 곳을 즐겨하고, 세존께서 그 법을 없애라고 하시면 비구들은 그 법을 없앤다. 그래서 게으르지 않고, 어지럽지 않으며, 행하여야 할 것 일은 곧 닦아 행하고, 행하지 않아야 할 것은 곧 행하지 않는 것이다.
여러분, 장로 비구는 세 가지 일에 명예가 있다. 어떤 것이 셋인가. 세존께서 고요한 곳을 즐겨하시면 성문들도 고요한 곳을 즐겨한다. 거기에 장로 비구의 명예가 있다. 세존께서 그 법을 없애라고 가르치시면 비구들은 곧 그 법을 없앤다. 거기에 장로 비구의 명예가 있다. 그리고 그 가운데서 어지러운 생각을 일으키지 않고 뜻이 전일하면 거기에 장로 비구의 명예가 있다.
여러분, 중년 비구도 세 가지 일에 명예가 있다. 어떤 것이 셋인가. 세존께서 고요한 곳을 즐겨하시면 성문들도 고요한 곳을 즐겨한다. 거기에 중년 비구의 명예가 있다. 세존께서 그 법을 없애라고 가르치시면 비구들은 곧 그 법을 없앤다. 거기에 중년 비구의 명예가 있다. 그 가운데서 어지러운 생각을 일으키지 않고 뜻이 항상 전일하면 거기에 중년 비구의 명예가 있다.
여러분, 젊은 비구도 세 가지 일에 명예가 있다. 어떤 것이 셋인가. 세존께서 고요한 곳을 즐겨하시면 젊은 비구도 고요한 곳을 즐겨한다. 거기에 젊은 비구의 명예가 있다. 세존께서 그 법을 없애라고 가르치시면 젊은 비구는 곧 그 법을 없앤다. 거기에 젊은 비구의 명예가 있다. 그 가운데서 어지러운 생각을 일으키지 않고 뜻이 항상 전일하면 거기에 젊은 비구의 명예가 있다.
여러분, 탐욕은 병이요, 큰 재앙이다. 성내는 것도 또한 그렇다. 탐욕과 음심과 성냄을 없애면 곧 중도를 얻어 눈이 생기고 지혜가 생겨 모든 얽맴을 풀고 열반에 이르게 될 것이다.
간탐과 질투도 매우 큰 병으로서 그 번뇌는 사람을 불사르고 볶으며 교만이 끈덕지게 따른다. 허환하여 참답지 않고 부끄러워할 줄을 모르는 것은 바른 마음을 해치는 음욕을 버리지 못하고 난 체와 제 잘난 체를 버리지 못한다. 만일 이 난 체와 제 잘난 체를 버리면 곧 중도를 얻어 눈이 생기고 재혜가 생겨 온갖 얽맴을 풀고 열반에 이르게 될 것이다."
비구들은 아뢰었다.
"존자 사리불님, 어떻게 하면 중도를 얻어, 눈이 생기고 지혜가 생겨 온갖 얽맴을 풀고 열반에 이르게 됩니까."
사리불은 대답하였다.
"여러분, 성현의 여덟 가지 길이 바로 그것이다. 이른바 바른 소견·바른 다스림·바른 말·바른 행위·바른 생활·바른 방편·바른 생각·바른 삼매이다. 여러분, 이것이 이른바 성현의 중도로서 눈이 생기고 지혜가 생겨, 온갖 얽맴을 풀고 열반에 이르게 된다는 것이다."